21세기 ‘비트의 시대’에 느림의 대명사 기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놀랍게도 기차고, 또 하필이면 기차다. 초음속 비행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한질주의 스포츠카도 아니다. 세상에 꿈틀꿈틀 느릿느릿 철로 위를 뭉기적거리며 가는 기차라니. 하지만 요즘 기차를 예전의 기차로 확 바꾸고 있다.
하지만 기차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그대로다. 무엇보다 진정한 기차의 매력은 아날로그적 따뜻함이다. 외형과 기능은 첨단으로 변신하지만 그 속엔 여전히 따스한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건 비행기나 첨단 크루즈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차만의 강점이다. 오래 전 그 때 그 기차를 기억하는가. 홀랑 한입에 털어 넣던 삶은 계란. 계란 후라이가 어김없이 얹어져 있던 식당 칸의 함박스테이크. 맛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꼭 한 박스씩 사서 내렸던 호두과자. 그리고 역마다 눈썹이 휘날리게 내려 한입에 쏟아 넣던 국수. 입천장 다 델 정도로 따끈따끈한 추억이다. 배낭하나 둘러메고 이름 모를 간이역에 내리는 설렘. ‘시끄럽다’고 연신 욕을 들으면서도 통기타 둘러메고 기어이 부르고야 말았던 ‘나성에 가면’은 또 얼마나 낭만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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