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부모 노릇
2006-10-29 eKongbu
1. 자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부모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은 본능적이라고들 한다. 즉,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모성애, 부성애이므로 이를 위하여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의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매우 많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부모들로서는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도리어 부모를 원망하고 적대감을 갖는 경우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녀가 부모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표현 방식의 문제
자녀가 부모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부모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자녀가 기대하는 방식과 어긋나서 부모의 사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요즈음의 신세대 젊은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 문화의 전통적 사고방식으로는 부모가 남앞에서 특히 웃어른 앞에서 자식에 대한 애정 표현 하는 것을 법도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왔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이야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그 표현 방법이 매우 비유적이고 간접적이어서 어린 시절에는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수십년이나 지나 성인이 된 후에나 부모의 깊은 뜻을 깨닫게되었다는 경우들을 종종 듣게 된다.
요즈음에는 법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애정 표현을 꺼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만 성격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이 자라날 때 부모의 애정 표현을 별로 경험하지 못햇을 경우이러한 감정 표현에 더욱 서투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어머니보다도 아버지에게서 더많이 볼 수 있다. 대다수의 가정에서 보듯이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아버지의 경우 의도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기회를 찾지 않는다면 자녀는 아버지의 애정을 느낄 수없는 것이 당연하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의 문제의 또 다른 유형은 부모가 자기식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경우다. 자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세심히 살펴보지도 않고 부모가 자신의 생각대로 정하여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으로는 자녀의 앞날을 생각하여 최선의 것을 선택하여 여러 가지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자녀에대한 큰 사랑 표현이라고 믿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을 강요당한다고 느끼게 되므로 애정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간섭이나 부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모의 취향에 맞는 비싼 옷을 사주는 것도 고액 과외를 시키는 것도 자식의 주변을 맴돌면서 이것 저것 간섭하는 것도 심지어는 야단치는 것까지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고 말끝마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공을 강조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과연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을 통해서 부모의 사랑을 느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도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는 가에 따라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간섭받는다던가 부담으로 느껴지기가 쉽다. 어린 아이때에는 부모가 늘 함께 있어주기를원하지만 조금 크면 부모를 동반하여 다니는 것을 겸연쩍어하게 되고 청소년이 되어서도 부모가 함께 있으려하면 이는 애정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과보호나 자신에 대한 불신, 혹은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여저서 이에 반발하게 되기 수비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무엇인가를 잘 파악하여 거기에 따라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부모-자녀의 애착관계의 문제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부모-자녀간의 애착관계가잘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일 경우도 있다. 부모와 자녀간에는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이 일찍부터 형성되어 장기간의 양육과정을 통해 유지되는 부모-자녀 관계의 기초가 된다. 자녀와심각한 갈등을 겪는 부모들 중에서 솔직히 아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 보다는 도리어 아이를 보기만하면 거슬리는 것이 눈에 띄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게 되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쳐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대하여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같이 부모-자녀간의 관계가 부드럽지 못하게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있다. 우선 아이의 기질이 까다로와 혹은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서 부모가 다루기가 어렵고힘들어서 조절을 많이 경험했을 경우 아이에 대한 부정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아이가성장하면서 학령기에 들어가면 아이의 능력이나 학업 성취에 대한 불만으로 인하여 아이에대한 부정적 태도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부모와 함께 있지 않거나 부모가 직접 돌보지 않았을 때 또는 가정불화, 실직 등으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었을 때 정신적 여유가 없게 되므로 자녀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가정이 특히 어려운 곤경에 처했을 때 출생한 자녀는 특별한 애정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가족내에서 소외되거나 부정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 복을 가져온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반면 태어나면서부터 집안에 액운이 따르고 형세가 기울게 될 경우 아이에게집안의 불운의 탓을 돌리는 경향도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가족관계로 인하여 자녀와의 관계가 영향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남편과의 갈등이 심각한 경우 남편과 특히 닮은 아이, 혹은 남편이 특별히 편애하는 아이에게 마음이가지 않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부모와 갈등이 있는 경우 시부모가 특별히 귀여워하는 아이에게 마음이 쏠리지 않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건 간에 자신이 부모의 애정과 관심의 밖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아이의 마음에는 상처가 남게된다. 그리고 부모의 애정을 얻으려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좌절되면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돌아서거나 부모에게 도전하고 반항을 하게되어 부모 자녀간의 관계는 더욱 더 갈등이 커지고 이에따라 부모의 아이에 대한 태도는 더욱 부정적이 되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편애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게되는 흔한 이유중 하나는 부모의 편애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부모들이 흔히하는말로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엄연히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은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자신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면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부족하지는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상당한 박탈감으로 느끼게 된다.
부모가 여러 자녀 중 누구하나를 편애의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성이나 출생 순위에 따른 차별대우이다.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가지 우리 문화에서는 아들을 딸보다 더 선호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그리고 맏이나 막내를 더 귀여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출생 순위가 중간인 아이는 상대적으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덜 받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성이나 출생 순위등 겉으로 드러난 요인 이외에도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 능력 등에 따라한 자녀를 편애하게 될 수가 있다. 부모와 호흡이 맞는 성격의 자녀에게 더욱 관심과 애정이 기울여질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자녀가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가족내의 복잡한 인간관계 때문에 편애를 하게 되는 수가 있다.
또한 가족내의 복잡한 인간 관계 때문에 편애를 하게 되는 수가 있다. 부부간 불화가 심한경우 상대편과 특별히 많이 닮거나 상대편이 특별히 편애하는 아이에 대하여 마음이 가지않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부모들이 무심히 하는 말이나 행동, 부모들의 꾸지람에서 아이들은 편애를 의식하고 민감한반응한다. 편애는 부모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모의 애정을 여러 형제가 다같이 못받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게 그 탓을 돌리지 않을 수도있지만 자기만 특히 부모의 애정밖에 있다고 느낄 때에는 자기가 못나서 그렇다고 생각해서더욱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요즈음의 가족은 대체로 두세명 이하의 자녀를 두므로 편애의 위험이 적다고 볼 수 있으나셋 중에서 부모가 하나를 돌려낸다고 느낀다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더 클수 있다.
애정 결핍 경험의 심리적 영향
사람의 애정과 관심에 대한 욕구는 본능적인 것으로 받는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물질적, 심리적 자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녀의 입장에서는 늘 충분히 받지 못한듯한 아쉬움이 남게되기 쉽다. 특히 부모의 애정이나 관심을 나누어 가질 가족이 많을 때자녀에게 돌아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가 쉽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늘부모의 애정에 대한 갈증을 느끼면서 성장하게 된다.
요즘의 신세대 젊은 부모들 중에는 자식으로 인하여 자신의 생활이나 장래 계획에 방해를받기 싫다는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어 무조건 자녀에게 희생적으로 베푸는과거의 부모와 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부모노릇은 참 부담스럽고 생각하기 따라서는 "채산이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부모 노릇이 부담스러우면 자연히 자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돌보는데 인색해지게 된다.
애정에 대한 갈증은 애정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켜서 애정을 요구하는 자녀와 이에 대한 절제를 요구하는 부모사이의 갈등이 생기게 된다. 늘 절식을 하느라고 자기 양껏 먹지 못하고부족한 듯 식사를 끝낼 때에는 사람들은 항상 배가 고픈듯하고 음식에 대한 충동적인 욕구를 느끼기 쉽다고 한다. 결국 늘 참아야 된다는 생각속에서 사는 사람이 도리어 더 참을성이 없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모의 애정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아이는 도리어 부모의 곁을 떠나서 새로운 환경을 독자적으로 탐색하고 독립적일 수 있다. 반면에 부모의 애정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부모에게 요구가 많아지게 되고 끝내는 부모의 인내심과수용한계를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가지 하게되어 부모로부터 거절을 당하게 된다. "오냐 오냐 하니까 상투 끝까지 올라간다"라는 느낌을 부모에게 주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애정을 확인하려던 것이 도리어 그 반대를 확인하게 된 것으로 되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면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자기에게는 없음을 확신하게 된다.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성격 문제의 원인이 된다.
어렸을 때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가치있는존재라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 있는 그대로 수용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인하여 인간관계에 대하여 기본적 신뢰감을 갖지 못할 수가 있다. 이들은 인간 관계에서도 소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정서적 불안정, 비행 등의 행동 문제도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른이 되어서 여러가지 성격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대다수가 어린 시절에 부모의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똑같은 양의 관심과 애정도 이를 표현하는방식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경험될 수 있다. 화초에 물을 주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뿌리가 충분히 마르도록 시간을 두었다가 물을 주되 줄 때에는 뿌리가 아주 푹 젖도록 충분히 마르도록 시간을 두었다가 물을 주되 줄 때에는 뿌리가 아주 푹 젖도록 충분히 주는것이라고 들었다.
부모의 자식사랑도 이렇게 절도있게 그러나 필요할 때에는 충분히 주어 충족감을 맛보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해 줄 때에는 아무런 단서없이 흔쾌하게 해줌으로서 받는 입장에서도 기분좋게 스스로가 인정 받아서 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되 정도가 지나쳐서 선을 그어야 할 때는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절제없는 자식사랑 : 과보호
지금까지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충분하게 표현되지 않았을 때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와반대로 만약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지나치게 표현된다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많으면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치다는 것은 모순이 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또는 무절제하게 표현될 때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자식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부모가 모든 것을 미리 해결해 주다보면 자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에 없어지고 부모에게 의존하는데 익숙해지게 된다. 성격적으로 미성숙하고 자기 중심적이고 인내심이 없어져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여 포기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요즈음에는 대개의 가정에서 한두명의 자녀만을 두고 또한 학업 성취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다 보니 이러한 과잉 보호나 지나친 익애의 경향이 흔히 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도 자신의 책가방이나 준비물 조차도 책임있게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고 포기하는 아이들은 모두 과잉 보호나 지나친 익애의 결과이다. 자녀의 요구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무조건 받아주면서 아이를 길렀을 때 과연 어떻게 자랄 것인가? 자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것이 상황에 적절치 않더라도 무조건 들어준다면 과연 좋을것인가?
익애형 부모는 아이를 좌절시키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 하므로 아이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유형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무한정한 것이고 부모가 무조건아이의 말을 가능한 한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달을 따다 달라고 하면따다 줄 수 있는가? 결국은 부모가 거부하는 일이 있게 되고 그때는 몹시 좌절하게 된다.
주의에서 늘 자신의 뜻을 받아 주는데 익숙해 있는 사람은 실제로 다른 사람의 자신을 존중해주는데 고마움을 느끼기 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대우를 당연시하게 되기 쉽다. 요즈음의 아이들은 누구 앞에서도 담당하고 자신의 요구를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한다. 이들 중에서 일부는 주위에서 자기의 뜻을 받아주기 위해서 다소간의 불편함이나 희생을 하게 되더라도 알바 없다는 식의 안하무인의 태도로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무조건 자식의 행동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보다 좀더 성숙한 수준의행동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과 함께 맞물릴 때 진정으로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보약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오경자(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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