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구식으로 - 라디오를 들으며 각자 책을 읽거나 그날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한다.
2012-07-04 eKongbu
인터넷, 전화, 초인종, 텔레비전이 없는 좁은 작업실에서 하루를 보내다 집으로 돌아오면 밤 열시 열한시쯤 된다. 늦은 저녁을 가볍게 먹은 후 호사를 누리듯 식탁에 앉아 라디오를 켠다. 나를 닮아 늦게 자는 예닐곱 살짜리 조카들이 책 한두 권씩을 들고 내 옆자리로 와 앉는다. 그렇게 잠시 몇 분쯤,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각자 책을 읽거나 그날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한다. 하루 중 가장 평온하게 느껴지는 때다. 조카들이 잠들고 나면 라디오를 들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메일을 열어본다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새 책들을 구경하곤 한다. 새삼 깨닫지만 라디오를 끄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대로 빠져 귀 기울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니까.
텔레비전보다 라디오가 좋다거나 신형 휴대전화보다 구식 제품이 좋다고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취향 문제겠지만 전자제품에 관해서라면 나는 단순한 것일수록 더 끌리는 편인가 보다. 어쩌면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