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우기’ 한발 뗀 아빠 집에서 설자리 점점 좁아져요
2006-09-11 eKongbu
한국청년 연합회 회원들이 남자들에게도 육아 휴직을 한 달 주어야 된다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별 걸 다 요구한다 싶겠지만, 가뜩이나 출산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니, 국가전체를 놓고 보면 육아 휴직으로 한달도 오히려 짧다고 할 수 있다. 태어나자 마자 부모와 자식간의 애착형성에 실패하게 되면, 그 이후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특히 일이 바쁜 아버지들이 처음부터 육아에 동참하지 못하면 결국 집에서 겉도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목욕시키고 기저귀 갈아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옹알이에 대답하고 같이 놀아 주는 부지런한 아버지들이 나중에도 자녀들과 좋은 관계를 가진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자녀 교육은 모두 어머니 책임이었고, 심지어는 뇌질환인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같은 것도 엉뚱하게 어머니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던 황당한 시도도 있었다. 그 잔재인지, 지금도 자녀가 소위 성공했다는 어머니들은 다 내가 잘 한 덕이라고 으쓱하고, 자녀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머니들이 모두 죄인이라며 그 책임을 지려 한다. 물론 훌륭한 어머니가 자녀를 훌륭하게 잘 키우겠지만, 자녀 교육의 모든 공과를 어머니에게만 찾으려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모성 콤플렉스가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성인이 제 자리를 찾을 때까지,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 조부모, 교사, 사회, 또 본인의 노력 등 많은 구성원들이 마치 교향악단처럼 서로 협조해야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아마도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쯤 될 터이고, 나머지 모든 주자들이 다 교육을 포기한다면 그 누구라도 연주를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는 자녀의 인성교육 중, 대인관계를 잘 꾸려 나가는 사회성, 합리적 추진력,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초자아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엄부자모(嚴父慈母)란 말은 시대착오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모자녀 관계의 원형적 특성을 잘 표현한다.
미국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집집마다 차고나 지하실에 아버지들의 작업실이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들은 일찍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을 한다든가, 아니면 무언가를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낸다. 잔디를 깎고 정원을 돌보는 것, 시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까지 아이들은 아버지들이 집안일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노동과 육아의 즐거움도 배운다. 한국 대도시의 아이들은 아버지들의 술취한 모습이나 누워 텔레비전 보는 모습만 보고 자라니, 밖에서 열심히 돈 버는 아버지들의 고단함을 상상할 수가 없다. 고3 아버지에 대해 고3 어머니의 요구는 딱 한가지, “될 수 있는한 늦게 들어와 나머지 식구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라니! 요즘 한참 말이 많은 게임오락 열풍도 실은 아버지들이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못 찾은 탓도 적지 않을 터이다.
우리 동네 슈퍼 앞에는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하릴 없이 앉아 있는 남자들이 참 많다. 우아하게 브런치를 먹으며 자녀교육과 재태크를 논하는 ‘테라스 맘’에 빗대어 그들을 ‘수퍼 대디’라 해야 할까? 집에 돌아가 봐야 반겨 주는 이도 없으니 차라리 술집이나 오락실, 동네 경마장 경륜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겉돌다 노인이 되면 쓸쓸하게 파고다 공원 삼청 공원을 배회하며 공짜 점심이나 기다려야 하는 우리 아버지들을 보면서, 첫 단추를 애초에 제대로 끼워 교육과 집안일에 적극 참여했더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손주를 돌보고 부엌일을 할 수 있는 할머니는 그래도 환영이지만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골칫거리라면, 지금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 아빠들도 곧 닥쳐올 자기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건 아닐까.
신경정신과 전문의 nleekr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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